[이사람] ‘동전 크기’에 온세상을 담다

People / 심현대 나노드로잉 작가

김수정 기자2017.08.2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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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작가라고 부르는데 그 말이 아직도 쑥스럽고 낯설어요.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으니까 프리랜서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웃음)

지난해 ‘공대생 화가’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심현대 나노드로잉 작가(29)는 현재 공대생이 아닌 미니멀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다니던 대학원을 자퇴하고 취미였던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그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만8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대중에게 소개된 ‘기계공학도 심현대’가 아닌 ‘화가 심현대’의 삶을 들어봤다.




◆평범한 공대생, ‘아티스트’로 거듭나다

“우연히 SNS를 통해 해외 미니어처 일러스트 작가의 나노드로잉 작품을 접했는데 말 그대로 ‘컬쳐쇼크’였죠. 그래서 나노드로잉에 도전했고 손바닥 크기만한 그림을 그려 SNS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 그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더군요.”

나노드로잉의 희소성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는 심 작가. 당시에는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쉬운 작업이 아니란 것도 알았지만 그는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나노드로잉에 도전한 후 어떻게 하면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럴수록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미술전공자가 아니었지만 손을 사용하는 일을 좋아한 그는 무언가에 홀린듯 그림 그리기에 매진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어요. 무언가 만들고 고치는 걸 곧잘 했죠. 종이접기도 좋아했어요. 아버지도 손재주가 좋은 편인데 다방면으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네요.”

심 작가는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지금의 본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를 선택할 때도, 대학 입학 후 1학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휴학했을 때도 부모님은 그의 결정을 존중해줬으며 그 역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려고 더 노력했다.

“아버지는 늘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라, 단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가 해주신 이 말씀이 제 삶의 지침이 됐어요. 어쩌면 이 말씀 덕분에 지금 제가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티스트의 삶을 살면서 힘든 점은 없을까. 그 역시 생활비부터 월세, 세금 등 눈앞에 놓인 현실이 버거운 건 마찬가지다. 다만 그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좇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일을 벌이다 보니 가끔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화가로서의 갈증도 여전히 남아있고요. 늘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라 답답할 때가 있지만 이 또한 극복해야겠죠.”

비전공자로서 느끼는 ‘한계’가 요즘 최대고민이라는 심 작가. 미술전공자에 비해 지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그림 스타일에 대한 고민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도 철저히 자신의 몫이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눈앞의 돈과 명예보다 자신의 삶에 충실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 부산에서 소모임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학생을 만났는데 그 친구 덕분에 뿌듯했어요.”

이 학생은 부모님이 미술전공을 반대했는데 취미로라도 배우고 싶어 심 작가의 소모임에 참석했다. 몇달 뒤 그는 소모임에서 그린 작품을 부모님께 보여드렸고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받았다. 심 작가는 학생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홍대에서 타투이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언젠간 타투에도 도전하고 싶었는데 동업자 친구를 만나 예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됐죠. 나노드로잉에 이어 새로운 도전이라 배울 게 많아요.”

지인과 함께 넉달 전부터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그는 자신의 그림이 다른 사람의 몸에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타투가 나노드로잉만큼이나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출장 온 SNS 팬이 타투를 받고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고.

“꽤 많은 사람이 눈앞의 돈과 명예만 좇는 것 같아요. 사실 이게 다가 아닌데 말이죠.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정말 괜찮은지 스스로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순간 자신이 초라해지고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저마다 치르는 대가와 고충이 있기 마련입니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의 삶에 충실한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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