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만세] "친구들 부럽지만 '자부심'이 더 커요"

고졸 새내기의 취업 성공기 / 양다영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IGCC발전처 사원

이학명 기자2016.10.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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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부서에 여자는 저 혼자예요. 여자라서 힘든 것은 없는데, 제가 부족해서 힘든 건 있어요.” 임권택 감독이 생각나는 느릿느릿한 말투. 처음엔 ‘100대 1이 넘는 경쟁률과 어려운 면접과정을 뚫고 어떻게 합격했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양다영씨의 진면목을 알 듯 했다. 그녀의 합격비결, 직장생활의 키포인트는 ‘진정성’이다.


◆어릴 적 꿈은 경찰

양씨는 수도전기공고 3학년이던 지난해 7월 충남 태안에 위치한 서부발전에 입사했다. 현재 태안발전본부 IGCC발전처의 전기팀에서 근무한다. IGCC는 석탄을 고온·고압 상태에서 가스로 변환시켜 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기존 석탄화력보다 발전효율이 높고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인 신발전 기술로 서부발전이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 중이다.

IGCC는 석탄을 가스화하는 '가스화플랜트”'와 이 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복합발전 플랜트'로 구성된다. 양씨는 이 중 가스화플랜트를 담당한다. 전동기, 차단기 등 전기설비의 운영과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어릴 적부터 전기기술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막연히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대학을 가지 않고 경찰학원을 다니며 경찰공무원이 됐다는 기사를 보고 감명을 받았거든요. 그 때부터 대학 진학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양씨는 중학교 성적이 10% 내외로 괜찮았지만 대학이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도 그 생각에 동의했고 아버지가 수도전기공고(서울 강남구 개포로 소재) 진학을 추천했다.

진학 후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기숙사 생활에 적응 못해 많이 울기도 했는데, 좋았던 기억이 더 많다. 기숙사에 친구들과 모여 면접 준비를 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면접이 가까운 친구가 생기면 품앗이처럼 다 같이 모여 모의면접을 했거든요. 면접을 보지 않는 다른 친구들은 면접관 역할을 맡아 나름 근엄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질문도 했어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 서로 도움이 됐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

전공 공부는 극복하기 힘든 숙제였다. “중학교 때와는 다르게 전공이라는 것이 생기고 한 분야에 대해 깊게 배우니 이해도 안 되고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답답했어요. 매일 복습하며 기초를 제대로 다지기 위해 노력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노하우가 생겼고 자신감도 생겼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전공 관련 기능사 자격증들을 취득했고 서부발전 입사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또 하나의 과제는 NCS(직업능력표준)를 통한 취업 준비 과정이었다. “NCS과정이 정착된 것이 아니라 어려웠는데, 여러 문제를 풀고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니 풀리기 시작하더라구요. 발전소 입사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전공인 전기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부발전은 채용과정에서 전공시험, NCS 직업기초능력 평가 및 인성검사,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친다. 전공면접과 개별면접을 따로 보는데 전공의 비중이 큰 편이다.

◆새로운 목표는 '해외파견근무'

개인면접 때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나?’,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나? 등 경험에 대해 많이 물었다. “여자 축구부 주장을 맡았는데, 그 때 남학생 중 잘하는 친구를 섭외해 도움을 얻은 적이 있었는데 그 경험을 말했어요.” 공부 잘하는 예쁜 여자 축구부 주장. 게다가 조금 느릿하지만 진정성 있는 말투. 분명 면접시 플러스 요인이었다.

토론 면접땐 문제해결 능력을 주로 봤다. “그 때 기억나는 과제는 ‘발전기 3대가 이상한 징후가 지속적으로 생겨 결국 고장이 났다면 어떻게 해결할 건지 매뉴얼을 작성하라’는 것이었어요. 잘했다고는 말 못하지만 엄청 열심히 하긴 했어요.”

집이 경기도 남양주인 양씨는 회사 사택에서 지낸다. 고등학교 때부터 4년 넘게 기숙사 생활을 하는 셈이다. 친구가 없어 심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름 재미있단다. “학교 기숙사와 달라진 건 사감 선생님이 안 계셔서 좀 자유로워 진거죠. 퇴근하고 나면 운동하고 다른 것 배우고 하는 것이 좋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어려운 점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회사라는 곳이 학교에서처럼 친구들 대하듯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그 점이 조금 힘들어요. 요즘은 운동 등 대외 활동을 하며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양씨는 최근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지금은 신입사원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해외 파견근무를 해보고 싶다는 것.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라’ 라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처럼 업무, 학업 등 사소한 것에도 최선을 다하고 역량을 길러서 저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될 겁니다.”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MT나 축제를 할 때 조금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은 이런 목표와 ‘다르다’는 자부심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원하던 목표에 가까워졌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요.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어 좋아요.”

양씨는 급여의 50% 이상을 저축하고 있고 일본 여행 계획도 세웠다. 나이가 들었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제가 취업을 준비할 때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조급한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후배들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준비하고 많은 경험을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학 가는 사람보다 4년을 일찍 시작하는 건데 한두번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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