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트로 가자!

300년의 역사가 그대로 숨 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박세령 기자2015.08.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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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년 공사를 시작한 지 40년 만에 완성된 상트 이사크 성당은 112종류의 돌로 지어져 거대한 돔은 금으로 도금되어 있는데, 돔을 도금하는 데 자그마치 3만 3000kg의 금이 쓰였다

한 여행가는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머릿속에 마구 헝클어져 있던 아주 오래된 역사가 하나씩 제자리를 잡아가고 그 자리에 가지를 하나씩 더하는 즐거움이 여행의 가장 큰 묘미”라고. 유럽의 좋은 도시들이 많지만, 혹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간다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할 듯싶다. 200년 전 역사가 바로 어제 일 같은 이 도시에는 그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진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과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한데 엉켜 있다.

200년 전 표트르 대제의 고집으로 탄생한 도시


1701년, 서른살의 표트르 대제는 유럽 순방을 끝내자마자 러시아 북방 네바 강이 흐르는 늪지대로 가서 여러 국적과 전문기술을 가진 서유럽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곳에 ‘유럽으로 열린 창’이 될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암스테르담은 작은 섬과 섬 사이를 다리로 연결하고 열악한 환경을 거꾸로 이용해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크게 발달한 도시였다. 


표트르 대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러시아의 암스테르담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유럽에서 오랫동안 러시아와 대적했던 스웨덴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척박한 오지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왕족들의 반대는 당연했다. 


그런데 표트르가 고집을 꺽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모스크바는 표트르가 꿈꾸는 새로운 제국의 수도로서 적합하지 않다 생각했다.


표트르는 네바 강변에 들어설 이 도시가 바다를 여는 열쇠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바다는 천국이었으며, 서유럽의 선진 문물이었다. 그래서 표트르는 도시의 이름을 예수로부터 천국을 여는 열쇠를 받은 사도 베드로의 도시라는 뜻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지었다.


네바 강은 지정학적 관점에서만 보면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강은 발트 해로 흐르며, 발트 해는 서유럽의 북해와 연결된다. 네바 강 연안은, 흑해가 막혀 있던 당시 러시아가 유일하게 바다를 통해 서유럽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한 러시아 내부와도 수로로 연결된다. 네바 강 유역은 러시아 내부와 서유럽을 연결해 주는 최적의 장소였으며, 모스크바로부터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러시아를 유럽식으로 개혁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공간이었다.


네바 강에 떠 있는 42개의 섬에 도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표트르 대제는 직접 삽을 들어 땅을 파고 스스로 만든 움막에서 기거하면서 베드로-바오로(페트로파블로스키)요새와 조선소 건설을 시작으로 도시 건설을 진두에서 지휘했다. 이 날인 5월 27일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탄생일이 되었다.


새로운 도시건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왔다. 새로운 수도가 된 후 1918년 수도를 다시 모스크바로 옮기기 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고, 위대한 문학가와 예술가를 탄생시킨 문화의 도시로 성장했다. 


흔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창이라고도 한다.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고전주의·바로크·모던 등 온갖 양식의 건물들로 가득한 도시 자체가 박물관과 같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 3대 미술관 에르미타주 박물관
공항 도착 후 20 분 정도를 달리면 넵스키 대로다. 황제의 거처였던 에르미타주 겨울궁전을 시작으로 40년의 공사 기간 동안 10만명이 죽어간 도시의 랜드마크 성 이삭 성당, 알렉산드로 2세가 암살당한 자리에 세워진 그리스도부활성당(피의 사원), 94개의 코린트식 기둥이 반원형의 회랑에 늘어선 카잔성당까지 대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놀라운 것은 가이드의 설명대로라면 넵스키대로의 꽤 큰 건물들은 대부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48년에 문을 연 백화점 파사쉬, 1873년에 영업을 시작한 유럽 호텔, 엘리세예프스키 형제의 고급 상점, 카페, 고급 레스토랑들과 과자점, 수많은 고서점과 골동품점, 한때 50여 개에 다다랐던 은행들, 극장, 도서관과 궁전, 대학 등이 이곳에 있다.


1915년에 세워진 건물이 가장 마지막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의 넵스키 대로는 제정 러시아 시절 모습 그대로다. 여름이면 넵스키 대로에선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관광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연일 확성기를 들고 광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미술관이다. 관광객 중 일부는 이곳을 보기 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기도 한다. 박물관에 오는 관광객만 연 300만명에 이른다. 제정러시아 황궁이며 황제의 평소 집무실이 되었던 ‘겨울궁전’(冬宮)을 포함해 4개의 건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곳은 그 자체로 페테르부르크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다.


이곳은 38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렘브란트 컬렉션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예술작품 270만점이 5개의 건물에 보관돼 있다. 


수 세기에 걸쳐 러시아 왕가에서 수집한 그림과 조각, 보석 등이 전시돼 있는데 바티칸, 루브르, 대영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보관된 작품을 전부 감상하겠다는 욕심은 금물이다. 미술관으로 사용 중인 겨울궁전은 건물의 둘레만도 2km나 되고, 실내는 1050개에 달하는 방과 120개나 되는 계단, 그리고 1100개에 이르는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미술관을 둘러보며, 하나 같이 ‘왜 이렇게 뒷 배경이 어둡지’라는 말을 한다.


미술관 그림 중에는 배경이 어두운 대형 초상화가 눈에 많이 띄는데, 모두 오늘날의 사진이 사실적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다. 나폴레옹과 맞서 승리를 거둔 국가적 자부심이 묻어나는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지젤’과 한 마음 된 관람객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한번쯤 꼭 와 봐야 할 사람은 종교인이다. 특히, 크리스천이 이 도시에 오면 미술품, 혹은 건축물을 통해 ‘영감’을 받을 듯하다. 피의 사원에 있는 4개의 모자이크를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책형’, ‘십자가를 벗는 예수’, ‘성림강하’ 등 예수부활의 성경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데카브리스트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상트 이사크 성당도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이다. 


1818년 공사를 시작한 지 40년 만에 완성된 상트 이사크 성당은 112종류의 돌로 지어졌고 1만 4000명이 동시에 미사를 올릴 수 있다. 이 성당에 가면 반드시 가 봐야 할 장소는 전망대다. 상트 이사크 성당의 전망대에 서면 황금으로 도금된 돔과 거대한 조각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돔은 금으로 도금되어 있는데, 돔을 도금하는 데 자그마치 3만 3000kg의 금이 쓰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이사크 성당 전망대 오르느라 지친 몸을 쉴 곳은 오페라 극장이 제격이다. 저녁시간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저녁시간 새로운 주인공이 ‘지젤’로 데뷔했다. 마린스키 극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제일의 발레, 오페라 극장으로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젤’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유명 연예인 이상으로 특별한 존재다. 평일 저녁도 만원 관객이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에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연이어 나온다.


조그만 몸짓, 숨소리도 함께하는 공연문화는 어릴 적부터 배우고 익혀왔기 때문이다. 겨울, 하루 해 뜨는 시간이 6시간일 정도로 해를 볼 시간이 거의 없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거의 무표정하지만 공연을 볼 때만큼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발레 공연을 볼 때 하나의 팁은 줄거리를 미리 알면 집중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유명한 공연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본다면 졸음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는 감동적인, 어떤 사람에게는 졸린 공연이 발레 공연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가진 첫 번째 선입견은 ‘추울 것이다’고, 두 번째는 ‘예쁜 여자가 많을 것이다’였다. 어떤 사람은 유튜브를 보니 ‘러시아 남자들이 총 들고 설치더라’며 치안을 조심하라고도 했다. 예쁜 여자가 많은 것은 맞는 말이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 겨울임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온은 서울보다 오히려 춥지 않았다. 단, 가끔 살 에는 눈바람이 ‘러시아가 맞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치안에 대해서도 몸 사릴 정도는 아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10년 정도 이곳에 머물면서 외국인이 치안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본 적 이 없다”고 했다. 


히, 러시아 화폐인 루블 가치가 떨어져 한국 돈 1만원으로도 마트에서 이런저런 음식과 선물을 살 수도 있다. 호텔에 숙박하면 비용이 무섭지만, 관광청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숙박시설도 운영 중이다. 


아쉬운 것은 한국 사람으로서는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기가 힘들어 음식이 예민한 사람은 고추장이나 라면 정도는 챙겨야 할 듯 하다. 어쨌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0시간 가까운 비행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아주 매혹적인 도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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