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한 세계여행, 힘들었지만 감사했어요”

<청춘, 판에 박힌 틀을 깨다> 저자 류광현 씨

이학명 기자2015.08.0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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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을 줄테니 영업지점 하나를 맡아 일해보라고 권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부 거절했죠. "


회사 그만두고 31개국 170명 CEO 만나… 자신감 얻고 기업가 정신 깨달아 


여행을 하면서 크게 바뀐 점은 ‘기업가 정신’이다.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할 일을 다 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하는 것과 자신을 원하는 기업을 찾는 것은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취업을 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전에 무작정 취업하는 실수다. 이것은 성적에 맞추어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젊은 날의 귀한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류광현 씨가 젊은 날 했던 행동은 무모하긴 했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알고 느끼는 것이다.

내 인생의 가치 깨닫기 위한 여행 


류광현 씨(32)는 대학을 졸업하던 스물여덟에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입사 1년 만에 퇴사를 했다. 회사를 그만둔 류 씨는 이직과 세계여행을 두고 고민했다. 결론은 세계여행이었다. 흔한 세계여행이 아닌 자신이 이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기업가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전 세계에 있는 한인 기업인을 만나보자’는 것이었다.


“현재에 급급하게 사는 스스로를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졌어요. ‘내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 ‘왜 그것을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등등.” 그 시기에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스무 살 때 사막 횡단에 도전한 이야기를 담은 《내 인생을 바꾼 스무 살 여행》을 보게 되었다.


책 내용 중 작가가 20대 초반에 한 배낭여행을 생각했고, 세계일주가 자신의 인생에서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여행을 하겠다 결정을 한 후에는 세계일주 관련 책을 모조리 읽었습니다. 개발도상국에 관심이 많아서 개발도상국에서 한국말을 쓰는 교포 CEO를 만나자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게으르고 부족한 저 자신을 인정한 여행 콘셉트이기도 합니다.”


곧바로 기업의 산업분석, 기업분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만나야 할 기업인을 추렸다.
각 국가별 핵심 산업을 파악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지 고민했다. 6개월 정도 분석하고 준비하는 작업을 했다.


문제는 세계를 돌아다니기 위한 경비 마련이었다. 1년여 동안 취직을 하면 경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결론은 다르게 내렸다.


‘나중에 최고경영자(CEO)가 되면 투자 제의는 자주 있는 일일테니 이참에 나를 상품으로 한번 팔아보자’는 생각을 한 것. 82곳의 국내 기업을 리서치해서 그 회사 대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냈다.


‘미래에 세계로 진출해 사업을 펼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행동으로 노력하는 20대 청년 류광현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직장생활까지의 경험,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력, 전국 무전여행과 필리핀 오지여행 등의 경험담을 담았다.


마지막 부분에는 “세계를 무대로 누비고 돌아와 사업가로 성장할 류광현의 꿈을 믿고 지지해주실 분을 기다립니다.”라고 적었다. 기업에 편지를 보낸 것은 부모님을 설득하겠다는 이유도 있었다. 류광현 씨를 전혀 모르는 기업인이 그를 후원한다면 부모님도 인정할거라 믿었던 것. 또 국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고 하면 현지 한국 기업인들도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마침내 32번째 기업에서 반응을 보였다. 류 씨를 후원하겠다는 CEO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해외 무대에서 사업하려면 우리 회사에 와서 무역이 뭔지,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한번 보고 가라”고 제안했고, 열흘간 그를 지켜본 뒤 360만원을 건넸다. 60만원은 열흘간 출근한 대가, 300만원은 후원금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청년에게 후원자가 생기자 그동안 저를 말렸던 사람들도 조금씩 인정을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하나둘 도움을 주기 시작했죠.” 


그렇게 조금씩 모은 돈이 700만원 정도가 됐다. 해외 CEO들을 만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필요경비 1500만~2000만원의 절반도 안됐지만 모자라는 경비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과감히 짐을 쌌다.

“3억원으로 영업지점 맡아 달라” 거절 


드디어 354일 동안의 여행이 시작됐다. 354일 동안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31개국을 돌며 170여 명의 기업가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사업 현장도 보면서 기업가 정신을 몸으로 체험하고 배웠다. “대표로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부터 한 기업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이루어 나가는지에 대해 배웠어요.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 CEO와의 만남은 기업가를 꿈꾸는 청년에게 크고 작은 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주로 개발도상국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회사를 차리면 가난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CEO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했고 값싼 현지인 숙소에서 잠을 잤다. 1년간 여행에서 260일은 초대를 받아서 여행을 했다. 숙박비로는 불과 60만원만 사용할 정도였다.


여행 중에 만난 CEO들 가운데는 여행 경비 전액을 지원해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지만 딱 잘라 거절했다. 


여윳돈이 생기면 마음가짐이 느슨해질지 모른다는 경계심에서였다. 여행 중 만난 사람은 다양했다.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아름다운 비치에 있는 마사지 숍에 들어갔는데, 반바지가 없어 ‘I am so shy’라고 했더니, 마사지사가 ‘나는 너의 피로를 풀어주는 의사야. 부끄러워하지 마’라고 하는 걸 보고, 이 분은 한 시간에 7,000원 받는 마사지사가 아니라, 자신을 의사라고 생각한 순간 의사가 된 거고, 나는 마사지가 아닌 치료를 받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CEO 중에는 20억 빚을 지고 다른 나라까지 쫓겨온 사업가도 있었고 페루에서 오징어 어업을 하다 규모를 늘였는데 이상기후로 실패한 사업가도 있었다. “패기가 좋다”며 적극적인 사업가도 있었고, 고민만 몇 시간 털어 놓은 사업가도 있었다. 


“어떤 CEO는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3억원을 줄테니 영업지점 하나를 맡아 일해보라고 권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부 거절했죠. 잘할 확신이 없었고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업인을 키우는 기업인 되는 것이 꿈 


힘든 일도 많았다. “많은 기업인들이 내 꿈을 원하고 지지해줬지만 가끔 ‘이렇게 돌아다닌다고 뭐가 달라지나.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나, 이쯤에서 접어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평소 생각이었다.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할 일을 다 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EO만이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그 일을 돕는 사람, 함께 하는 동료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세계 여행을 통해 새로운 꿈도 갖게 됐다. 원래 꿈은 가난한 나라에 기업을 세워 일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돈을 많이 벌면 농장을 일궈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기업인을 키우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 그는 현재 그 꿈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다.


얼마 전, 그는 여행기를 담은 책 <청춘, 판에 박힌 틀을 깨다>을 출간하고, 꿈을 찾는 이들을 만나 그간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강연을 하고 있다. CEO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느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그의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강연 중에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보통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를 찾아 핑계를 대며 숨습니다. 스스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벽을 만들곤 하는데, 이 때 첫발을 내딛는 게 중요합니다. 시작을 하면 방법이 나오고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게 되어 있습니다.” 


학생 때부터 명함을 만든 류 씨의 명함에는 독특한 그림이 들어 있다. 한쪽 끈이 풀린 해진 운동화 한 켤레와 ‘발걸음’이라는 단어다. ‘젊음의 발걸음을 멈추지 말자’는 의미라고 한다.


류 씨에게는 여행준비 기간 6개월, 약 1년간의 여행은 그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가장 큰 부분은 유명강사와 책의 저자가 된 것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신입사원 400명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류씨는 처음 강연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는 거절하려고 싶은 마음이었다. 연 매출 200조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기업이란 회사가 대상이 아닌, 사람을 상으로 강의를 하는 거잖아요. 세계일주를 통해서 도전하고, 배우고, 느낀 것을 이제 막 시작하는 신입사원 400명 중 단 1명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은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에게 도전의 씨앗으로 심어져서 10년, 20년 뒤 거대 기업을 이끌 인재의 싹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 씨는 이제, 기업가 뿐 아니라 강연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통해 많은 부분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각자의 길을 힘껏 즐기고 도전하며 살아가면 30년 뒤에 서로가 어떠한 삶에서 만나게 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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